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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호 교수]나노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의 난제에 도전하다 - 전북대 임연호 교수팀
관리자 2017-04-06 10:53:12 416
20170405174501503_RNN8H0FO.jpg (150.3K) / Down : 5 / 2017-04-12 16:22:10

전북대학교 임연호 교수팀, 3차원 소프트웨어 ‘K-SPEED’ 개발·상업화 성공
핵융합(연) ‘플라즈마 물성 DB’ 핵심적 역할…산학연 협력으로 난제 해결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플라즈마 기술이 사용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반도체는 아주 작은 오차나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고순도 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나노급 반도체제조에서 플라즈마 식각·증착 공정은 차세대 소자 개발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관련 장비나 소프트웨어는 몇몇 회사가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답니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어렵고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데요.

 

국내 연구진이 여기에 도전장을 던져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K-SPEED’로 불리는 플라즈마 반도체 핵심공정에 필요한 3차원 소프트웨어인데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답니다. 전북대학교 화학공학과 임연호 교수팀과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경원테크를 비롯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산대학교 이해준 교수팀, 충남대학교 유신재 교수팀이 함께 이룬 학·연·산 공동연구의 성과물인데요.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임 교수를 만나 험난했던 연구개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전북대학교 공과대학 6호관 1층에 자리 잡은 임연호 교수 연구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연구실 벽면이었다. 바닥과 유리창을 제외하고 천장부터 벽면이 모두 편백이었다. 거기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컸던 모양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아토피가 생긴 거예요. 심각했습니다. 온몸이 가렵고 진물이 계속 나왔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개인적으로 연구실 벽을 나무로 바꿨죠. 효과가 있더군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임 교수의 몸에 아토피가 생기게 한 원인은 연구개발에 대한 심각한 스트레스였다. 끝내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상업화로도 이어졌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상업화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어떤 연구개발이었기에 이처럼 심적 부담이 컸을까?


◇7년의 공동연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다
임 교수는 국가핵융합연구소와 경원테크를 중심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산대학교, 충남대학교와 함께 지난 2012년 나노급 반도체 핵심 제조공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성공했다. 단순히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 라인에 직접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일명 ‘K-SPEED’로 이름 붙여진 이 소프트웨어는 지난 2012년 말부터 반도체생산 라인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실에는 임 교수가 직접 만들거나 고장 난 것을 구입해 고친 장비가 가득하다>

 

K-SPEED는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나노급 반도체 제조의 주요 공정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 결과를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갈수록 크기는 작아지고 메모리 용량은 커지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종전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던 플라즈마 공정해석용 소프트웨어와의 가장 큰 차이는 정확한 플라즈마 물성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은 플라즈마 물성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하지 않아 활용에 한계가 있고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는 플라즈마에 대한 이론적 해석과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간주하고, 주로 실험적 경험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반면 K-SPEED는 핵융합(연)의 플라즈마 물성 DB를 활용하고, 방대한 계산을 병렬 분산 처리하여 실제 공정 해석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되었다. 그동안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반도체 현장에 실제로 적용되어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 이에 따라 플라즈마 물성 DB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상황별 실제 공정 결과를 해석하고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인식됐다.

 

<국가핵융합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K-SPEED' 실행 화면>

 

연구개발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무려 7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더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출연연구소와 산업체가 함께 시작한 일이었다.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 7년 동안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였다. 임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과연 연구개발에 성공할까? 개발하더라도 상업화가 될까? 시장 진입이 가능할까?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헤쳐 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시간이 더 길어졌다면 아마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저를 믿어주고 함께 물 붓기를 해줬던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0년 전 국가핵융합연구소 문을 두드리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힘을 내게 해준 사람들은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핵융합(연) 연구진이었다. 임 교수는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연구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와 핵융합(연)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 지난 2005년 전북대로 부임한 임 교수는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플라즈마 물성 DB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플라즈마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나 장비가 실제 공정을 예측하지 못했다. 점차 반도체의 크기는 작아지고 용량은 커지는데 플라즈마 공정으로도 한계가 드러났다.

 

“지금은 군산에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가 있지만, 당시에는 플라즈마를 연구하는 분들이 모두 대전에 있을 때였습니다. 경원테크 사장님과 함께 무작정 대전의 핵융합(연)을 찾아갔어요. 저녁 늦은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만난 분이 윤정식 박사(현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부센터장)였습니다. 이러이러한 게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자’고 하더군요.(웃음)”

 

<코드 개발을 위한 핵융합(연)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연구진과 경원테크 개발자간 미팅 모습>

 

그때부터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핵융합(연) 연구진은 플라즈마의 물성을 분석하고 DB 개발 및 검증에 주력했다. 임 교수팀은 이렇게 얻은 플라즈마 물성 DB를 활용해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3차원 공정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핵융합(연) 연구진이 임 교수 연구실에 상주하기도 했고, 임 교수 연구팀이 핵융합(연)으로 가기도 했다. 장비도 공동으로 사용했다. 버려진 구형 장비를 싼값으로 구입해 고치고, 붙이고, 뜯고, 새롭게 세팅하는 일을 반복했다.

 

경원테크도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사장님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았고, 외국 제품을 보고 “우리도 한 번 국산화해보자”라고 뛰어들었다. 연구비를 지원하고 전문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지금도 임 교수 연구실에는 경원테크 직원들이 상주한다.

 

임 교수는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이 시절을 회고했다. 국책 연구소, 기업체와 손발을 맞춰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융합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뜻깊은 일이기도 했다.

 

 


◇국내 넘어 세계 기업들도 “같이 하자” 러브콜
이렇게 탄생한 K-SPEED는 현장에서 완벽한 성능을 자랑했다. 최근 반도체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1,000분의 1 등 나노 단위의 미세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작은 크기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 및 캐패시터를 넣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나노급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플라즈마를 이용한 고 단차비(Aspect Ratio, 기판의 두께와 가공 홀의 비율)의 컨택홀(Contact holes, 연결 구멍) 제조공정이 차세대 칩 개발의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주로 실리콘 기판 위에 얇은 막을 입히거나 패터닝을 할 때 플라즈마를 사용한다. 나노급 반도체 칩의 고 단차비의 컨택홀 제조 공정은 나노 사이즈 구멍을 형성하는 작업으로 조금이라도 삐뚤어지거나 오차가 발생하면 반도체 칩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나노급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정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플라즈마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플라즈마는 제어하기 어렵고 작업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종전의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는 이것을 제대로 분석이나 예측에 한계가 있었다. 주요 원인은 플라즈마 물성 DB가 없기 때문이다. 임 교수팀과 핵융합(연) 연구진, 경원테크 기술진이 7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완성한 3차원 소프트웨어K-SPEED가 비로소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상업화 가능성과 관련된 고민은 기우였다. 완성과 동시에 국내 업체가 제품 테스트에 들어갔고, 당장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 말 처음 반도체 공정에 적용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도시바(TOSHIBA)와 램(LAM) 등 전 세계 굴지의 반도체 장비 회사가 연구비를 지원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또 TEL, AMAT와 같은 장비 회사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K-SPEED에 대한 높은 호응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지난 2월 비즈글로우 본사를 방문해 K-SPEED의 공동개발을 논의하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또 올까요?”
임 교수는 K-SPEED의 우수성을 확인했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2014년 UC버클리에서 플라즈마 반도체 공정의 세계 최고 권위자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그레이브(Graves) 교수와 함께 1년 동안 연구년을 보냈다. 어느 날 그레이브 교수는 임 교수에게 1시간 넘게 질문을 던졌다.

 

“박사님 질문의 요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였습니다. ‘내가 관련 이론을 가장 초창기정립하고 많은 연구를 수행했는데, 나는 왜 상업화에 실패하고 당신은 성공했을까?’라는 거죠.

 

플라즈마 물성 DB와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 등을 보여드렸죠. 저희 노력과 함께 산·학·연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에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희 소프트웨어를 자랑삼아서 소개하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웃음).”

 

세계가 깜짝 놀랄 성과를 올렸지만, 임 교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현재 핵융합연구소연구진과 함께 10나노(1nm=10억분의 1m) 이하의 공정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플라즈마 물성 DB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자체적으로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화학 및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일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임 교수는 지난 2012년 플라즈마를 이용한 암 진단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기도 했다.

 

끝으로 임 교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얘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동일한 목표를 향해 국책연구기관 연구진, 기업체 기술진 등과 밤을 새우며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 행복한 경험을 안겨준 연구진에게도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물었다. “또 그런 순간이 오려나요?”

 

한국의 반도체가 여전히 세계를 호령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플라즈마 물성 DB를 구축하고 있는 연구진이 있는 한 그런 순간은 또 올 것이 분명하다. 그 순간을 위해 임 교수의 연구실과 핵융합(연)은 오늘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끝)

 

 

 


 

 <학-연-산 공동 연구개발의 성공 비결>
‘현장’이라는 목표에 ‘될 때까지 하자’는 열정 더해

 

<경원테크 유동훈 수석(왼쪽)과 연구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임 교수.>

 

플라즈마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3차원 소프트웨어 ‘K-SPEED’ 개발은 대학-정부출연(연)-기업체의 ‘3각 협력체제’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사람과 기관이 학·연·산 협력이나 공동연구를 강조하지만, 이런 성과를 도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비결이 궁금했다.

 

임 교수는 무엇보다 목표와 방향이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대학교 임연호 교수팀,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진, 경원테크 기술진의 목표와 방향은 뚜렷했다. 그것은 바로 ‘현장’, 그리고 ‘상업화’였다.

 

“저희 목표는 사실 심플했어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 쓰일 수 있는 것만 하자고 뜻을 모았죠. 그렇게 단순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FM으로 했어요. 그냥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정말 오랜 시간 실험과 연구를 거쳐 입증한 기술만 철저하게 적용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현장과 상업화의 중요성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임교수는 여기에 “될 때까지 하자”는 끈기와 열정을 추가했다. 특히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팀을 이뤄서 할 때는 이러한 열정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임 교수가 볼 때 핵융합(연)이나 경원테크가 더욱 놀랍다.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은 대학과 환경이 다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는 몰라도 시간이 길어지면 지치잖아요. 아무리 똘똘 뭉쳐도 아웃풋이 안 나오면 초조해지고요. 그런데 ‘지금은 안 되지만, 언젠가는 된다.’는 믿음으로 계속 지원하고 함께 해준 것이 이런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대학도 마찬가지지만 연구소나 기업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연구하고 일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정말 대단한 거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학-연-산 공동연구의 모델을 보여준 연구진이 또 어떤 연구개발 성과를 낼지 벌써 기다려진다.

출처 : https://fusionnow.nfri.re.kr/post/plasma/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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